아줌마의 리부팅 시간

아침에 아이 등교시켜주고 나면 항상 이 작은 숲에 옵니다. 

이 숲에 오는 이유는 2년전 허리 디스크 파열로 지금까지 허리가 불편하고 아팠답니다. 그래서  허리디스크에는 걷는 것이 최고다라고 친정엄마의 당부에 걷기 시작을 했습니다. 

 

2달 정도 걷고 나니 허리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뿐 아니네요...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아침마다 나 혼자 걷기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리부팅되었는지 하루 시작을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숲길에 들어서면 저기 하늘을 버티고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세상의 무게를 대신 짊어주는 듯한 느낌에 아침마다 인사를 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이렇게 느티나무 옆에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소나무 숲이 나옵니다. 소나무 가지가 저의 머리를 

쓰담 쓰담해주기도 하고 찌르기도 합니다. 

 

 

이 숲 길마다 걷는 사람들 지루하지 않게 한 편의 시들이 담긴 팻말이 하나씩 있습니다. 

'갈구렁달'의 신경림 씨가 쓴 시를 찍어보았습니다. 

 

 

갈구렁달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냇가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볼 시간...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갈갬질치며 고추잠자리 잡을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로 외쳐대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몸짓으로 발버둥치다

지친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

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삶에 지친 누군가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사람들의 애처로운 마음을 표현하는 시 같죠?

 

 

 

작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쭉쭉 뻗은 소나무 산길이 나옵니다. 매일매일 걸으면서 소나무를 허투루 봤는데 이 날은 소나무가 꼭 사람의 삶이랑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떤 소나무는 하늘로 쭉 바로 뻗은가 하면 또 다른 소나무는 옆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하늘로 바로 뻗다가도 갑자기 큰일을 당한 듯 휘어져버린 소나무를 볼 때면 사람의 인생살이도 같겠구나 싶었습니다. 

 

 

이 곳은 저만의 공간은 아니랍니다. 아침에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사람들과 산길을 뛰어다는 사람들 모두모두 다양합니다. 저도 수건을 들고와서 맨발로 황토길을 걷고 싶었지만 매번 잊어버리는 말입니다. ㅎㅎ

 

 

여름이 지나 시원한 가을이 오면 맨발로 걷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왜 안 하냐고요?

벌레가 많습니다. ㅎㅎㅎ 제가 다른 벌레는 모르지만 사마귀에 대한 공포심이 있어서 사마귀 나오는 시기에는 숲에 나가질 못한답니다. T.T

 

이 산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사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피는 꽃들이 있는데 너무 이뻐서 찍어보았습니다. 

 

솜털인 줄 알고 달려가보니 꽃송이들이 뭉쳐져 있었어요.

 

비오는 날 찍었어요.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너무 예쁘네요.

 

이 꽃들의 이름은 모르겠어요. 만약 아시는 분은 댓글에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포도송이도 주렁주렁~ 언제쯤 익으려나~... 매번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약은 치지 않아서 익으면 지나가다 따먹으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한적한 저기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고 싶게 만드는 곳입니다. 햇살이 뜨겁지 않은 어느 날 저는 저곳에 앉아 사색을 즐기려고 합니다. 그때가 언제일까요? ㅎㅎ

 

저의 아침 산책길을 따라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하루를 복잡하고 바쁘게 지내는 시간에 30분 시간을 내어 이런 시간을 갖는 것도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하루 중에 또 짬을 내어서 독서 시간을 만드는 것도 좋겠죠? 

제가 포스팅한 긱워커로 사는 법을 읽다가 찍어보았어요. 

 

이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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