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 #2 - 사춘기 이야기

 

 

아이와의 대화 #2, 사춘기 이야기

 

"변하고 있는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태풍이 올라온다고 해도 내륙지방이라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많은 비를 몰고 온다고 하니 남부지방에 사는 가족들이 걱정이 되네요. 오늘 하루 종일 습도가 높고 더워서 몸이 늘어지는 하루였어요. 짜증 지수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집을 벗어나 에어컨을 틀어주는 곳으로 피신하고 싶었어요. 어쩌겠어요. 그냥 냉동실 얼음을 꺼내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지요. 

 

 

이런 날엔 아이들과도 마찰이 생기나 봅니다. 

 

요즘 사춘기에 접어든 큰 꼬맹이는 엄마가 시키면 대답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해요.

그럼 괜히 그 무뚝뚝함을 건드리고 싶은 마음은 무엇일까요? ㅎㅎ

'이제 엄마를 거들떠보지도 않나? 왜 내 말을 무시하지?'라는 생각에 심술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엄마~ 라면~"

갑자기 지나가는 엄마를 보더니 라면 끓여달라 하네요. 

"네가 끓여먹어~"

"형아~ 나도~"

 

말없이 동생 먹을 것도 함께 끓이네요.

남자들만 사는 집엔 늘 대화가 이렇게 단답형이에요.. T.T

 

저녁 7시 이후에는 피아노 학원을 간답니다. 그런데 한번 가면 1시간 반을 치고 왔다 갔다 30분 걸어서 갔다 오면 2시간이 넘어서 오는 거예요. 9시 넘어서 온다는 아이가 10시가 다 되어서 안 오길래 전화를 했더니 전화도 안 받습니다. 

 

너~~ 무 화가 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해서 머리도 덜 말린 채 어두운 길을 나섰어요. 가다 보니 큰 꼬맹이는 친구랑

조용히 걸어오고 있더라고요. 

 

목소리 완전 쫙~~ 깔아서 얘기했죠.

 

"너~ 이리 와~"

옆에 있던 착한 친구가 인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어~~ 친구야 안녕~ 아줌마가 꼬맹이랑 얘기를 좀 해야 해" 하며 상냥하게 인사를 해줘요. 

하지만 아줌마의 표정을 보고 친구는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빠집니다. 

화가 난 엄마를 보니 별로 반가워하진 않겠죠? 

 

"너 왜 전화 안 받니?"

"알 없으니깐~"

"알이 왜 없어? 친구랑은 통화하더니 아껴 쓰지 그랬니?"

"난 친구랑 통화하면 안 되나?"

 

단답형이면서 반항적인 말투에 저도 화가 더 났나 봐요. 

바깥에서 싸울 순 없어 아들을 뒤로한 채 집으로 먼저 들어와 버렸습니다. 

 

 

 

어릴 적부터 살가운 녀석이라 이런 반항적인 태도에 적응도 안되고 제 감정도 오르락내리락하네요. 

한 김 식히고 아들 방에 들어갔어요. 그래도 감정이 치솟으면 안 되니 마음을 가라앉혔죠.

 

 

 

"엄마가 너 공부를 시키려고 잔소리하고 또 친구랑 톡 한다고 잔소리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어~"

 

그 소리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엄마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니 그러는가 보다 해도 저는 제 속사정이 있었거든요.

절약하고 또 절약해야 하는 시기이다 보니 아이에게 학원을 보내주지 못하고 자기 주도 학습을 시키려고 애를 썼답니다.

주로 인강 듣고 혼자 공부를 해야 하는 아들이 학원 다니며 성적 잘 나오는 친구들과 비교를 하니 기운도 빠졌나 봅니다. 

엄마의 조바심에 아들을 닦달했나 보다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같이 힘내자고 했던 것들이 강압적으로 보였나 보네요.

 

오해를 풀어주려고 엄마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털어놓았어요. 아들은 그제야 이해를 했는지 그러더라고요.

 

"나도 왜 이렇게 감정이 조절이 안되는지 모르겠어. 그냥 막~ 화가 날 때도 있어~"

"그래~ 네가 사춘기라서 그렇잖아. 어쩔 수 없어. 너의 뇌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 바쁜가 보다" 

 

아들과 또 한 시간을 얘기하 고나서야 아들은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네요.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요? 무서운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엇나갈까 겁도 나고 조바심도 나고 그렇네요. 

 

맥주 한 캔 하는 엄마 옆에 와서 아들이 그러네요..

 

"엄마~ 1학기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내가 기특한 것 같아."

"왜?"

"한 학기를 잘 보냈으니깐. 좀 아쉬운 것도 있기도 했지만, 그렇지?"

"그래 이제 철 좀 들어라~"

"너무 무거워서 못 들어~"

"어이구~"

 

더운 여름 겉과 속이 뜨거워지는 날 시원한 맥주가 제일이지요?

 

 

엄마의 잔소리에 달달 볶여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대해주는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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